학년 1등의 특권, 그리고 엄마와의 1시간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학년 1등을 하면 교칙 하나를 깨도 돼.

정기 테스트 학년 1등의 특권이야.

학생수첩에 진짜로 적혀 있어.

「학년 1위자는 해당 학기 동안 교칙 1조의 적용을 면제받는다」

역대 1등들은 매번 좋아하는 특권을 골라왔어.

머리를 염색한 선배.

교복을 입지 않고 사복으로 등학한 선배.

오토바이로 등교한 전설적인 선배도 있어.

1등 발표와 「뭐를 깰까」 발표는

전교의 즐거움이 되어 있었어.

하지만 작년 2학기는 달랐어.

1등을 한 건 수수하고 말 없는 여자애였어.

오랫동안 성적 중위권이었는데

그 학기만 귀신같은 공부를 해서 1등을 했어.

전교가 주목했어.

그 애는 뭐를 깰까.

염색인가 사복인가 피어싱인가.

그리고 교무실에 불려간 그 애는

준비된 특권 신청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교칙을 썼어.

「교칙 19조 조퇴 제한을 깰니다」

「매일 6교시를 조퇴합니다」

교무실이 술렁였다.

놀기 위한 조퇴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란을 읽은 담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엄마 병원의 면회 시간이 17시까지예요」

「학교 끝나고 가면」

「15분밖에 만날 수 없어요」

「6교시를 조퇴하면」

「1시간 만날 수 있어요」

그 아이의 엄마는 말기 암이었다.

여명은 연말까지라고 통보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없다.

면회 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매일 15분만 깨어 기다리고 있었다.

「조퇴 이유를 솔직히 말했으면」

「학교는 아마 허락해 줬을 거예요」

나중에 그 아이가 말했다.

「하지만 동정의 조퇴는」

「엄마께 들킬 거에요」

「병원에 오는 딸의 얼굴로 알 수 있어요」

「저 아이가 나 때문에 뭔가를 희생하고 있다는 걸」

「엄마는 그런 것에 민감한 사람이예요」

그래서 1등을 땄다.

특권이면 당연히 조퇴할 수 있다.

동정이 아니라 권리니까.

「1등 상으로 빨리 갈 수 있어」

엄마에게 그렇게 웃으며 말할 수 있으니까.

도깨비 같은 기세로 공부한 비밀은 그거였다.

한밤중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병원의 대기실에서도

참고서를 펼쳐 놓고 있던 건

엄마와의 1시간을

당당하게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학교는 신청을 당일에 통과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직원회의에서 선생님들이 결정한 건

「모르는 척하기」의 철저한 실천이었다.

반에도 이유는 숨겨졌다.

「1등 특권으로 조퇴라니 최고네」

「부럽다―」

교실의 놀림에 그 아이는

「그러지」 라고 웃으며 돌아갔다.

매일 6교시에 가방을 들고

「먼저 갈게요」 라고 손을 흔들며.

그 아이는 매일 1시간

엄마와 보냈다.

그날 수업 이야기.

매점의 신상 빵 이야기.

터무니없는 이야기 1시간.

엄마는 웃으며 들어주셨다고 한다.

「1등 상 좋네」

「응, 재미있었어」

겨울 초에 엄마는 돌아가셨다.

마지막 날까지

딸의 조퇴를 특권이라고 믿은 채로.

「저 아이가 학년 1등이래요」

간호사님께 매일 자랑하시었다고 한다.

장례식 날 전원이 조문했고

처음으로 모두가 진실을 알았다.

놀리던 남자애는

장례식장 밖에서 소리를 내 울었다.

그리고 3학기 개학식.

그 아이는 또 학년 1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 시험이었다.

전교가 숨을 죽인 가운데

특권 신청을 묻는 그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안 쓸게요」

「더 이상 깨고 싶은 교칙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1등은 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마지막으로 자랑하던 딸 그대로」

「있고 싶었어요」

체육관이 고요해지고

누군가의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만 퍼졌다.

우리 고등학교의 특권 제도는

그 아이 부터 조금 바뀌었다.

특권 신청서에

새로운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

「특권을 사용하지 않고 보류하기」

그리고 보류한 특권은

다른 학생에게 양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정이 있는 학생에게

익명으로 양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첫 번째 양도자는 그 아이였다.

3학기 1등 특권을

「필요한 사람에게」 적어 두고 갔다.

졸업식의 답사에서 그 아이는

딱 한 마디만 엄마를 언급했다.

「제 고등학교 생활에서 제일의 보물은」

「6교시의 1시간이었어요」

우리 고등학교는 1등 하면

교칙 하나를 깰 수 있다.

놀기 같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가르쳐 주었다.

특권의 쓰임새에는

그 사람의 전부가 나온다.

머리 염색도 자유.

사복으로 통학도 자유.

그리고 엄마와의 1시간에

학년 1등을 전부 쏟아붓는 것도 자유.

그 아이는 교칙 하나를 깨고

동정이라는 벽 하나를 부수고

엄마의 마지막 날들을

자랑과 미소로 채웠다.

학년 1등의 쓰임새로

이상의 것을

나는 평생 보지 않을 것 같다.